지금, 이 동네에서

[경주/카페] 경주 시내 한켠, 감성 한 조각, 취향이 머무는 곳 'PiUS 피우스'

몽글몽글리 2025. 7. 30. 23:17

황리단길이 점점 더 유명해지면서
경주시내는 상대적으로 조용해지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도,
가끔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들이 생긴다.
'PiUS'라는 카페도 그중 하나.
시내에 일이 있어 지나가던 중
문득 외관이 눈에 들어왔고
그대로 발걸음을 멈췄다.

 

영업시간 | 월-일요일 11:00 ~ 19:00 (라스트오더 18:00)

                            * 매주 목요일 정기휴무 

주소       | 경북 경주시 중앙로 36-1 피우스

주차       | 근처 공용, 노상 주차장 이용

대표메뉴 |피우스 라떼 6.0  아이스크림 라떼 5.5

               토마토 그라나따 6.0  말차 메로나 라떼 6.0

               피우스 샌드위치 8.5

                             * 경주페이 사용 가능 ⭕

기타       | 0507-1320-5022

                반려동물 동반 가능

 

 

취향과 따뜻함이 녹아든 한 잔의 공간

 

 

외관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곳에 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2층 구조의 작고 아담한 공간
작은 빨간 간판이 
그나마 이곳에 좋은 카페가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그 조용한 외관과는 또 다른,

사장님의 진한 취향이 곳곳에 스며든 공간이 펼쳐진다.

독특하면서도 포근하고,

조금 낯설지만 금세 익숙해지는 그런 분위기였다.

 

 

MENU


처음 방문이라
카페의 이름이 붙은 '피우스 라떼'를 주문했다.


사장님은 주문을 받으며
2층 좌석은 한 군데 남아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그걸 파악하고 있다는 게 괜히 신기하고 정겨웠다.

주문 후, 자리에 앉아 있으면 사장님이 음료를 직접 가져다주신다.
음료를 가져다주시며 덧붙이는 한마디.
"가루 때문에 목에 걸릴 수 있으니 섞어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하지만, 나는 일단 말 안 듣고
윗부분의 티라미수 부분을 맛봤다.

딱 티라미수에서 빵만 빠진 그 맛.
진한 크림의 단맛,
꾸덕하지만 뻑뻑하지는 않은 질감.


한 모금 한 모금에 티라미수의 느낌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이걸 음료로 구현해 냈다는 게 신기했다.


몇 모금 그렇게 즐기고,
사장님의 말대로 섞어서 마셔봤다.
그랬더니 훨씬 부드러워졌고
단맛도 좀 더 둥글둥글해져서
편하게 마시기 좋았다.

매장 내부는 곳곳이 사장님의 취향으로 가득했다.
좌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2층이 조금 더 코지한 느낌이었고

좌석의 수보다는 공간을 감성적으로 채우는데 더 신경을 쓴 느낌이 들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다소 가파르니 주의가 필요하다.

나는 1층 창가에 앉았다.
앞 건물이 공사 중이라 뷰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꽤 좋았다.


다만, 등받이 없는 의자라
오래 머무를 생각이라면 다른 좌석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작은 소품까지도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예쁜 메모지 'guest check',
사장님의 취향이 느껴지는 오토바이 헬멧과 외투
그리고 매장 밖 자전거와 오토바이 한 대
실제로 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테리어로도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에 맞는 인센스 스틱.
모든 요소가 이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머무는 동안,
강아지를 데리고 온 손님도 몇 있었다.
알고 보니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카페인 것!
귀여운 강아지들이 오갈 때마다
시선이 절로 쏠렸다.

사장님과 손님들 간의 대화도 꽤 자연스러웠다.
단골이 많은 듯했고,
어떤 손님은 사장님이 손님의 직업, 형제관계, 사는 동네,
심지어 최근 고민까지도 알고 계신 듯했다.
정말 이 카페는,
'누군가의 일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곳' 같았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장님의 취향과 손길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 펼쳐지고
음료 한 잔에 진심이 담겨 있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서서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주시내 한켠에 자리한 PiUS
황리단길 카페에 비해 붐비지도 않고,
화려한 외관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도 않지만,
그 조용함 속에 담긴 이야기가 깊은 느낌이다.

우연히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지만
한 번 들르면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공간
다음에 또 근처를 지나갈 때면
이 작은 공간이 나를 다시 반겨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오늘보다 더 천천히, 오래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