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동네에서

[경주/카페] 사장님의 정성이 담긴 조용한 공간, 황오동 감성카페 '고요'

몽글몽글리 2025. 7. 26. 22:30

경주의 여름은 정말 덥다.
하지만, 그 속에서 더욱 빛나는 풍경이 있다.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던 날, 
황오동에 위치한 조용한 카페 하나를 다녀왔다.
'고요'라는 카페다.

가는 길 날씨가 너무 좋아서
주변 풍경부터 몇 장 담았다.
그 자체로 한 폭의 여름 그림이었다.

 


영업시간
 | 월-일요일 11:00 ~ 18:00

                            * 매주 목요일 정기휴무 

주소       | 경북 경주시 원효로 188 고요

주차       | 갓길, 골목길 주차 

대표메뉴 | 아메리카노 5.5  라떼플로트 6.5

                호지차 6.0  레몬크림에이드 6.5

                팥앙금버터토스트 6.5 치즈토스트 7.0

                         * 경주페이 사용 가능⭕

기타       | 0507-1369-8541

                     

마음이 쉬어가는 조용한 시간, 고요라는 이름처럼 따뜻한 공간

카페 외관은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어
'여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나무 푯말에
'고요'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름처럼 수수하고 조용한 모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따뜻한 목재 톤의 인테리어,
담백한 벽면과 작은 테이블들,
한쪽에 놓인 책과 노트들이 반겨준다.

평일 오후였던 덕분일까
매장엔 나 혼자였다.

정말 '고요'한 공간
좌석은 2인석 몇 개가 전부다.
혼자 또는 두 명이 오기 좋은 구조다.

 

내가 머무는 동안 다른 손님도 한 분 오셨는데,
그분도 혼자였다.

내부에는
-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놓인 책들
- 필사를 할 수 있는 노트와 연필
- 오늘의 일기를 써볼 수 있는 작은 노트
- 사장님이 좋아하는 글귀를 뽑아볼 수 있는 작은 유리병
이런 것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공간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지나간 손님들이 남긴 글귀를 읽는 것도
이 공간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여행 중 잠시 들른 이,
동네에 사는 분,
어쩌다 마주한 이야기들이
노트 속에, 벽면의 포스트잇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MENU


메뉴판은 카페의 분위기처럼 단정했다.
토스트는 사진과 함께 있어 고르기 쉬웠고,
자리에서 메뉴판을 본 뒤,
카운터에서 주문하면 자리로 가져다주신다.

내가 고른 메뉴는
레몬크림에이드와 팥앙금버터토스트.

먼저 토스트가 나왔다.
사장님께서 "하트 모양 버터밖에 없는데 괜찮으세요?"
하고 주문할 때 물어보셨는데
그 질문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토스트가 나왔을 때 
귀여운 모양에 한번, 맛에 두 번 만족했다.

팥앙금은 달지 않아서 좋았고
풍미가 살아 있어 버터와 정말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동그랗게 뭉쳐진 팥 위에
살포시 얹힌 하트 모양 버터는 너무 귀여웠다.
이 비주얼 하나 보고 이곳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빵은 폭신하면서도 쫀쫀했다.
많이 달지 않은 팥이 버터와 잘 어울렸고
양도 넉넉해서 아껴 먹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오히려 빵과 버터, 그리고 팥을 듬뿍 얹어 먹는 게 더 맛있었다.

레몬크림에이드는
귀여운 색감과 위에 동그란 아이스크림이 눈에 들어왔다.
한입씩 번가랑 먹다가
나중엔 녹은 아이스크림이 에이드에 섞였는데
그 조화도 꽤 괜찮았다.
상큼함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묵직한 맛이 느껴졌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 작가의 산문집 을 읽었다.

혼자 조용히 앉아
사장님의 잔잔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책장을 넘기고, 글귀를 읽고,
시간을 천천히 보냈다.
그 모든 것이 '고요'라는 이름에 걸맞는 공간이었다.

황리단길 쪽의 북적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조금 더 안쪽, 황오동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특히, 혼자 경주를 여행 중이라면
이곳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이
아주 특별한 기억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