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동네에서

[경주/카페] 조용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북카페 이어서

몽글몽글리 2025. 7. 15. 16:35

언제 어디서든 관광객으로 붐비는 경주에서 살다 보면,

가끔은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조용히 책 읽을 수 있는 카페,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의 숨은 공간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도에서 작은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찾게 된 카페 ‘이어서’.

생각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포근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면서도 혼자만 알고 싶은 마음이 스치기도 했다.

 

책 한 권 들고 가기에 딱 좋은 그런 곳.

오늘은 경주의 북카페 ‘이어서’에 대한 후기를 공유해보려 한다.

 

 

영업시간 | 월-일요일 11:00 ~ 19:00 (라스트오더 18:30)

                            * 매주 수요일 정기휴무 

카페주소 | 경북 경주시 북문로 59 2층

주차       | 길 건너편 공터 사용 가능⭕

대표메뉴 |필터커피 6.0          바질&토마토에이드 7.0

                  해 질 무렵 첨성대 6.0 

                  책빵플레이트 5.5   꿀 토마토 4.5

기타 |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eeeoseo

 

 

조용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북카페 이어서

카페 ‘이어서’는 외관부터 참 조용하고 단정한 인상을 준다.

크고 화려한 간판 대신, 낮고 차분한 색감의 외벽과 작은 창문이

마치 “조용히 쉬다 가세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는 듯한 그 입구에서부터 이미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조명과 나무 가구들이 어우러진 아늑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공간은 크지 않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해서

누구의 대화 소리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

카페에서는 특이하게 LP판을 이용해 음악을 틀고 있었는데,

LP가 끝날 때마다 사장님이 직접 판을 돌려주시거나 새로운 LP로 바꿔주셨다.

그 조용한 움직임마저도 카페의 온기와 참 잘 어울렸다.

그날 나는 창가 쪽, 가운데 놓인 큰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 잎들이 싱그럽고 예뻐서

책을 펼쳐놓고도 자꾸만 바깥 풍경에 시선이 머물렀다.

햇살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그 자리에서

책 보다 창밖을 더 오래 바라봤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혼자 앉을 수 있도록 따로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찬찬히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간도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었거든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 말없이 다녀오기 참 좋은 곳이다.

 

MENU


 

 이날 내가 고른 메뉴는 책빵플레이트, 밀크티, 그리고 바질&토마토 에이드였다.


먼저, 책빵플레이트
이름이 너무 귀여워서 주문했는데
구성이 아주 심플했다. 
폭신한 식빵 두 조각, 고소한 버터와 부드러운 크림치즈, 그리고 딸기잼

처음엔 평범한 조합이라 맛에 대한 기대보다는
'책 읽다 입이 심심할 때 살짝 곁들이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첫 입을 먹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식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정말 좋았고,
고소한 버터와 크림치즈를 함께 얹어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조화로움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은 딸기잼을 조금 얹어 먹었는데
달콤함이 딱 마무리를 지어주는 느낌이라
그저 한입거리로 생각했던 메뉴가
오히려 이날의 가장 기억에 남는 디저트가 되어버렸다.

함께 곁들인 밀크티
달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종종 밀크티 끝맛이 텁텁하거나 지나치게 달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어서'의 밀크티는 본연의 향이 부드럽게 살아 있었고,
마시는 내내 깔끔한 여운이 남았다.
디저트와 함께 곁들이기에 딱 좋은 균형 잡힌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바질&토마토 에이드
원래는 청귤티를 주문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날은 아쉽게도 재료가 소진되어
대신, 눈에 띈 메뉴가 바로 바질&토마토 에이드였다.

사실, 토마토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침 더운 날이었고,
바질이라는 단어가 상큼한 기분을 줄 것 같아
조심스럽게 주문해 봤다

그런데 첫 모금에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상큼한 토마토의 산미와 은은한 바질 향이
너무도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차갑게 얼음이 들어간 음료는
무더운 날씨를 단숨에 식혀주는 기분이었다.

'청귤티를 주문했더라면 이 맛을 몰랐겠구나'하는 생각에 
오히려 이 선택이 작은 행운처럼 느껴졌다.

의외의 메뉴에서 더 큰 만족을 발견하는 순간은
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카페 곳곳에 비치된 책들.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실제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놓여 있어서,

공간이 훨씬 더 다정하게 느껴졌다.

소설, 시집, 에세이 등 장르도 다양해서

시간이 된다면 책 하나 골라 천천히 읽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카페에 비치된 책들에는

“이 책은 사장님의 소중한 책이니, 조심히 다뤄주세요”라는 글이

예쁜 문구와 말투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도 몽글해졌다.

왜 그런지 정확히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공간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반가웠던 건, 카페 한쪽에서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은 물론이고, 바로 옆 공방에서 만든 아기자기한 상품들도 함께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예쁘고 정성스러워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시간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북카페 '이어서'에서의 시간은

책 한 권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을 여유를 주었다.

 

조용한 공간, 좋아하는 음악, 정성스러운 메뉴,

그리고 공간에 스며든 다정한 배려들 덕분에

짧지만 깊게 쉬어갈 수 있었던 오후였다.

 

일상 속에서 나만의 속도를 되찾고 싶을 때

잠깐 멈추어 조용히 쉬고 싶을 때

이곳, '이어서'를 조용한 쉼의 공간으로 추천하고 싶다.